1. 종교심리학(Psychology of Religion)
종교심리학은 인류의 역사 속에 축적되어 있는 다양한 종교전통의 발생과정과 그러한 전통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인간 주체들의 종교적 경험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학문이다. 특히 종교심리학은 종교전통이 인간의 삶속에 새롭게 등장하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중심인물들과 그러한 전통이 확립된 이후 그 전통에 참여하는 신앙인들의 경험적 차원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종교심리학은 종교전통의 역동과정이나 그러한 역동을 움직여 가고 있는 수많은 신앙인들의 삶의 모습을 심층적으로 생생하게 보여주는 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오늘날 종교적 경험에 대한 논의가 단순히 기존의 종교전통을 무비판적으로 변호하기 위한 논의나 아니면 그러한 논의 자체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비판적 논의를 넘어서 인간의 근원적 경험 중의 하나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도 바로 종교심리학의 영향 덕분이다.
종교적 경험은 종교심리학의 연구에 있어서 핵심주제로 그 위치를 지니고 있어서 그러한 경험을 연구하기 위한 종교심리학의 다양한 관점들이나 하부 주제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이를테면 종교적 경험의 범위를 인간의 심리적 범위와 관련해서 의식으로 한정할 것인지 아니면 그 이면의 차원으로까지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통해서 무의식의 영역이 종교적 경험의 원천 혹은 매개 장소로 제시되기도 하였다.
어떤 경우에는 무의식의 영역이 궁극적인 종교적 실재로까지 해석되기도 하였고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그러한 실재에 대한 경험이 인간의 의식 이면의 영역을 매개로 발생한다는 논의로 확장되기도 하였다. 또한 그러한 논의와 더불어 종교적 경험은 경험 주체의 몸의 변화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물학적 연구나 아니면 그러한 경험이 일어난 시대적이고 사회적 맥락과 연결되어 있다는 해석이 강조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종교적 경험에 대한 연구는 특정한 심리학적 차원이 그 연구의 중심을 이루기보다는 다원적 관점을 처음부터 배태하고 있었다.
2. 역사와 발전
현대 학문의 대부분이 유럽을 중심으로 태어난 것처럼 종교연구와 관련한 연구들도 마찬가지이다.
종교현상학(phenomenology of religion), 종교사회학(sociology of religion), 종교철학(philosophy of religion) 등 거의 대부분의 종교학(science of religion)과 관련된 연구는 유럽의 대학들을 중심으로 태어나 발전하였다.
그러나 종교심리학은 예외로 유럽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19세기 말엽에 북미 뉴잉글랜드 지역의 대학들을 중심으로 하나의 독특한 운동을 일으키면서 태동하였다.
종교심리학은 유럽의 학문을 일방적으로 따라갔던 북미의 학계의 흐름과는 대조적으로 독자적으로 북미의 사상가들을 중심으로 발생하였고, 유럽의 학계에서는 새로운 연구로 인식되어 오히려 기존의 흐름과는 반대로 북미의 연구가 유럽의 학계에 새로운 연구 분야로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하였다.
종교심리학은 주류심리학의 연구에서는 거의 무시되었던 것과 달리 신학교를 중심으로 목회상담학(pastoral counseling)의 이론적 연구로 명맥을 유지하였다. 하지만 이것도 신정통주의(neo-orthodoxy) 신학운동이 일어나면서 종교적 경험에 대한 학문적 연구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 이후에는 신학교나 교회관련 연구기관에서도 종교심리학에 대한 연구는 점점 그 위치가 줄어들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1970년대를 접어들면서 심리적 차원을 넘어선 영성의 논의가 현대인들의 불안과 의미부재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종교의 논의가 다시 제기되면서 종교심리학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특히 미국 심리학회(APA: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가 1976년에 공식적으로 종교심리학 분과를 신설한 것은 심리학 분야에서 종교심리학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새로운 토대를 제공하였다. 그 결과 이전의 상황과는 달리 다양한 종교심리학 저술들이 지속적으로 쏟아졌고, 이론과 방법론에 있어서도 많은 발전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들이 이전보다 정교한 방법들을 통해서 구체적인 실증 자료들을 분석하는 연구들에 모아져 있어서 양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이전에 볼 수 있었던 영향력 있는 굵직한 방법론이나 이론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특정 집단의 일상적 삶에 종교적 의식을 비판적으로 연구하는 데에는 기여를 하고 있더라도 이전의 연구에서 볼 수 있었던 역동적인 종교적 경험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신비주의 경험이나 종교전통의 중심인물에 있어 종교적 경험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되었다. 오히려 이러한 연구들은 주류심리학 분야에서 이루어지기 보다는 종교학, 해석학(analysis), 정신분석학(psychoanalysis), 심층심리학, 실존주의(existentialism) 심리학, 트랜스퍼스널 심리학(transpersonal psychology), 그리고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뇌과학(brain science)이나 신경심리학(neuropsychology)의 틀 안에서 더 깊이 연구되고 있다.
3. 연구를 위한 기본 전제
종교심리학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차원에 대한 학문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적으로 인류 역사 속에 존재한 종교전통들과 그 전통에 참여하고 있는 신앙인들의 삶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적어도 연구자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종교전통이나 신앙인들만을 이해하는 데 국한하지 말고 다양한 종교전통과 신앙인들의 삶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종교에 대한 편협한 이해나 일반화의 오류를 벗어날 수 있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심리학의 이론들에 대한 이해이다. 심리학도 통일된 이론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론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종교심리학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심리학의 다양한 이론들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종교심리학의 초기 논의의 핵심을 구성하고 있는 제임스와 홀의 논의뿐만 아니라 그들의 논의를 토대로 형성된 하버드학파와 클라크학파의 다양한 이론들을 통해서 종교심리학 운동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그 방향성을 충분히 알고 있어야 종교와 심리학의 상관관계에 대한 균형적 시작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 뿐만 아니라 정신분석과 심층심리학을 주창한 프로이트와 융의 이론들, 그 이후의 신프로이트학파의 다양한 이론들, 그리고 뇌과학이나 신경심리학의 이론들을 개관적으로 라도 알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종교의 세계는 복합적 차원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종교적 경험의 차원을 넘어서 다른 차원들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종교학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있어야 한다. 특히 종교의 서사적/신화적 차원, 사회적 차원, 교리적 차원, 윤리적 차원 등과 같이 다양한 차원들과의 관계들 안에서 경험적 차원에 대한 이해를 비판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종교를 심리학적으로 연구한다고 하였을 때, '심리학적'이라는 의미는 종교심리학을 구성하는 학파마다 그 의미가 다양하기 때문에 더욱 더 종교에 대한 다층적 차원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환원주의(reductionism)나 독단주의(dogmatism) 종교심리학의 문제점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측면 때문에 종교학의 초창기부터 종교적 경험에 대한 심리학적 논의는 종교현상학에 있어서 핵심적 연구로 인식되었다.
4. 주요 연구 영역
종교심리학은 일반적으로 특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발전한 이론들과 그러한 이론적 논의들을 토대로 구축한 응용 분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종교심리학이 하나의 현대 학문으로 확립된 이후 중점적으로 연구된 이론적 주제들을 열거하면 일곱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종교적 경험과 관련해서 논의되고 있는 연구 주제들은 회심, 죽음과 죽어감, 신비주의, 생애발달과 몸, 행복, 성인다움, 종교적 태도와 정향 등이다.
이러한 일곱 가지 주제들 이면에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문제는 종교적 경험을 자연적 경험으로 분류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범주로 분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이다. 그 과정에서 많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종교적(religious)”라는 말과 “경험(experience)”이라는 말의 의미이다. 어떤 관점을 유지하는지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어서 종교심리학의 핵심 논쟁 중의 하나로 여겨도 무리는 아니다. 만약 “종교적”이라는 말의 의미를 자연적이라는 의미로 분류할 경우, 기존의 신학적 차원의 이해와는 구별되는 자연주의적 논의로만 해석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종교적”이라는 말을 다른 범주로 규정할 경우, 자연적 경험과 분리시켜 종교적 경험은 초자연적 차원으로 해석하게 되는 이원론(二元論)의 문제를 벗어날 수 없다.
한마디로 종교심리학의 연구는 종교적 경험 현상을 중심으로 이 두 가지 관점, 즉 종교와 과학을 화해시키려는 또 다른 시도였다고 말할 수 있다. 어떤 관점에 강조점을 두느냐에 따라서 같은 주제라고 하더라도 서로 다른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다음으로 이러한 주제들의 이론들을 구체적으로 적용한 영역을 지적하면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중년기, 장년기, 노년기의 교육학에 응용한 논의이다. 특히 종교교육학의 이론적 토대는 어떤 연구보다도 종교심리학을 통해서 확립되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종교심리학의 연구서에는 교육학이나 종교교육학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연구의 결론을 맺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스타벅(Starbuck)의 대표적인 저서 '종교심리학(The Psychology of Religion)'이나 그의 논문지도 교수였던 홀의 거의 대부분의 연구는 이 부분을 강조해서 주장하고 있다. 또한 현대 교육학(education)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존 듀이(John Dewey)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평생 동안 종교교육학(religious education) 운동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알프레드 코(Alfred Coe)도 이 부분을 강조하였다. 최근 거의 대부분의 종교교육학의 연구자들도 이론적 토대로 종교심리학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목회상담학 분야이다. 종교심리학에 대한 논의가 기존의 종교전통 특히 기독교 전통에서 의심을 받아서 목회상담학 초창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인간의 내적 문제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이 지적되면서 더욱더 종교심리학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제임스의 회심이론이나 그 이후 정신분석과 심층심리학적 종교심리학은 목회상담학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존 듀이(John Dewey)
물론 이 세 가지 이론들 이외에도 인본주의 심리학(humanistic psychology), 실존주의 종교심리학, 또는 트랜스퍼스널 종교심리학 등을 지적할 수 있지만 그 뿌리를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 이 세 이론들을 확장하거나 수정해서 제시된 이론들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러한 논의는 최근 불교(buddhism)를 비롯해서 다른 종교전통에서도 명상 센터, 마음 챙김, 치유 운동과 같이 비슷한 응용 연구가 일어나고 있지만, 이론적 차원에서 종교적 맥락은 다르다고 하더라도 목회상담학의 이론적 뿌리와 그렇게 다르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죽음학(thanatology)과 관련된 분야이다. 종교심리학의 초기 주창자들인 제임스나 홀의 종교심리학은 죽음의 공포나 불멸의 문제를 연구 주제로 최초로 제시하였다. 사실 현대 죽음학은 응용 분야로 의학적으로 제시되기 이전에 이론적으로 종교심리학의 맥락 안에서 발전하였다. 바로 이런 측면 때문에 종교심리학의 연구는 종교와 죽음의 문제가 언제나 중요한 문제로 강조되고 있다. 특히 현대 죽음학의 연구자 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연구자들을 꼽으라면 의학적 맥락 안에서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sabeth Kübler-Ross)와 데임 시실리 메리 손더스(Dame Cicely Mary Saunders), 그리고 문명 비판적 차원에서는 어니스트 베커(Ernest Becker)의 연구가 대표적일 것이다.
특히 어니스트 베커는 '죽음의 부정(The Denial of Death)'이란 책의 결론에서 죽음 현상의 이론적 논의에 대한 종교심리학적 연구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최근 죽음과 영성에 대한 문제가 부각되면서 종교심리학의 논의가 다양하게 죽음과 관련된 이론적 논의로 더욱 확립되고 있다. 특히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사별로 인해 남겨진 자가 겪는 슬픔의 문제에 대한 인식이 더욱 부각되면서 비탄의 과정을 연구한 프로이트와 융의 종교심리학의 연구도 죽음학의 논의에 중요한 이론으로 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실존주의 심리학이나 트랜스퍼스널 종교심리학도 죽음학의 연구에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밖에도 종교심리학을 토대로 행복이나 영성과 관련한 다양한 응용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대두되기 시작한 행복학(happiology)이나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 운동 또는 생태심리학(ecological psychology) 운동 등의 이면을 보면 거의 대부분 이론적 토대로 종교나 영성과 관련한 심리학적 논의가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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